그녀

환갑이 넘도록 매일을 열심히 살아왔지만, 생활은 늘 제자리 걸음,

자식들에게 온 정성을 쏟았고, 어느 정도 성공은 시켰지만,

그래도 그녀의 삶은 빈약한 잔고의 보통예금 통장 같다.

만기에 기대할 만한 목돈도 없는,

 

어느 날 대형은행 해킹 사건 뉴스를 보던 그녀가

푸석한 파마 머리를 쓸어 올리며..

아.. 대출 기록 같은거는 혹시 없어지지 않겠지? 라며 쓸쓸히 웃을 때,

옆자리에 앉아있던 그녀의 철없는 딸은 문득 가슴이 아팠었다.

 

주룩주룩 장마비가 오던 날

그녀가 불쑥.. 아! 나는 비오는 날이 참 싫었었어.

어렸을 때 비오는 날에는 강에 물이 불어서 학교를 갈수가 없었거든.

큰 오빠는 새벽같이 일어나서 혼자 첫배를 타고 학교를 가고

아직 꼬맹이었던 나는 배를 얻어탈수 없어서 발만 동동 굴렀지.

운좋게 등교를 했더라도, 집에 오는 배가 없어서

기껏 나룻터까지 갔다가 다시 시내를 거쳐서 먼길을 돌아 집으로 가야했단다.

그렇게 멀리 학교를 다니다 보니, 일년에 반은 결석해야 했어.

 

그녀가 얼마나 배우고 싶어했는지 알았기에

그녀가 무덤덤하게 쏟아놓는 어린시절 이야기가 참 마음이 아팠다.

어느날 그녀의 딸이 보낸 알록달록한 색상의 꽃그림 카드가 마음에 든다며

나도 그렇게 예쁜 그림을 그리는 미술선생님이 되고 싶었지..라고 그녀가 말했을때..

큰 딸에게 인색하기만 하였던 부모가 너무 원망스러웠다..

매번 첫배를 타고, 말쑥하게 차려입고 다녔다는

대학교까지 나온 그녀의 큰 오빠 역시 밉기만 했다.

 

그녀에게 한없이 다정한 딸이고 싶은데,

그것이 왜 이렇게 어려울까.. 

 

 

Posted by April Mom